2021년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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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상반기 회고

지난해 연말 SI 회사를 퇴사했다. 이곳에 더 있으면 개발을 제대로 경험도 하기전에 수동적으로 커리어가 중단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 경험한것에 대해 할말이 좀 있지만, 본 글은 2021년에 대한 회고이므로 언급하지 않겠다. 지난해 가을에 모각코를 하면서 더 노력하면 환경을 바꿀수도 있겠다 싶어서 공부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퇴사를 계획하게 되었다.

그렇게 퇴사를 하고, 1월부터는 백기선님의 라이브 스터디를 참여했다. 기선님이 Github Issue 목록을 만들어놓은 주제에 대해 한 주 단위로 공부를 하고, 이를 블로깅해서 공유하는 온라인 스터디였다. 퇴사를 한 직후였기 때문에 늘어지지 않기 위해 시작한 스터디였지만, ‘여기선 이게 중요한겁니다.’ 라고 알려주는것만으로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는걸 느끼게 해준 스터디였다. 자바를 다시 공부하게 된 계기였다. 스터디를 다소 늦게 시작했지만 부지런히 따라가서 80% 이상 참여자에게만 주는 티셔츠와 인텔리제이 라이센스를 받을 수 있었다 😄

이후 3월부터는 TDD 과정을 교육받으며 TDD는 무엇이며, 왜 테스트가 필요한지를 명확히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때 처음으로 코드리뷰도 경험할 수 있었는데, 코드리뷰를 통해서 단순히 내 코드를 평가받는걸 넘어서서 Github을 이용한 협업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TDD라고 하기엔 민망하지만.. 테스트를 하면서는 코드의 무결성을 검증한다기보다는 단위 테스트(Unit Test)를 위해 객체의 단위와 책임을 작게 디자인함으로써 SRP 원칙을 지키며 보다 객체지향적인 코딩을 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 때의 경험으로 새회사는 반드시 코드리뷰와 테스트를 도입한 팀으로 가야겠다는 목표를 갖게되었다.

그리고 꼭 해보고 싶었던 기술서적을 함께 읽는 스터디를 참여하게 되었다. <토비의 스프링>을 읽는 스터디였고, Zoom을 활용한 원격 스터디여서 장소나 시간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적었다.

6명으로 스터디가 시작되었지만, 한 달도 안되서 호스트를 포함하여 2명이 스터디를 그만두었다. 두 분 다 스터디 중단 사유는 취업 및 이직이었다. 호스트가 나가시면서 얼떨결에 내가 스터디 장을 맡게 되었다. 스터디 장이 되고 나서 더 이상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분량을 줄이고, 내가 알고있는 걸 최대한 공유하려고 노력했다. 최근엔 회사에서 배운 코드리뷰 문화와 Github 사용법을 공유했는데 코드리뷰를 하지 않는 회사에 다니는 분들도 계셔서 다들 재미있게 참여중이다 😀

5월 말부터 레주메를 정리하여 6월부터 본격적으로 입사 지원을 하기 시작했다. 원티드와 잡코리아를 통해서만 지원을 했다. 원티드는 스타트업과 IT 대기업의 공고가 많았고, 잡코리아는 중견/중소기업이 많았다. 이번에 원하는 회사의 조건은 아래와 같았다.

  • 파견없고, 혼자 개발 X
  • 개발팀이 존재(4명 이상)하며, 사수 존재
  • 개발 팀이 주도하는 개발 문화 존재 (코드 리뷰, 테스트 도입 필요성 이해)
  • 근무지 강남 (테헤란로)
  • Macbook 사용 가능
  • 연봉 최소 xxx 이상

위의 조건들이 재취업의 조건이 될수 있었던건, 첫 회사에서 모두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한테 반드시 필요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위의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더이상 면접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 때 이력서를 넣으면 20% 정도 되는 기업에서 면접 제안이 왔다. 개발자로 첫 취업 때 10% 였던것에 비하면 나름 발전이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면접을 볼 때 위의 조건에 해당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면접을 본 기업들도 있었다. 다른 조건이 좋아서 면접을 했다기 보다는 면접 훈련이 필요했다. 그래서 처음엔 그냥 규모가 좀 커보이는 중견 기업 위주로 서류를 넣어 면접을 보고왔다. 하지만 기술 인터뷰가 거의 진행되지 않아 면접 훈련으로는 별로였다. 대체로 면접 분위기가 좋아서 그냥 자신감을 얻는것으로 그쳤다.

그런데 서비스 기업(스타트업)을 지원하니 이 때부터는 제대로된 기술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서 내가 어디까지 공부했는지를 파악하려고 하셔서 힘들었지만 그래도 이런 인터뷰들이 훈련에 큰 도움이 되었다. 내가 뭘 모르고, 어딜 더 공부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었다.


🤝 2021년 하반기 회고

운좋게도 마지막 면접을 본 곳에 붙어서 다시 회사를 다니게 되었다. 서비스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커피챗으로 만난 동료분들의 인상과 이 분들이 말씀하신 환경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준비한 기술스택과는 전혀 달랐음에도 불구하고(새회사는 Node 환경) 개발 문화, 환경에 이끌려 지원을 하게 되었다. 부족함이 많았던 인터뷰였음에도 운좋게 1,2차 인터뷰를 통과하게 되었다.

9월에 입주한 새 건물

드디어 Git과 Slack을 쓸수 있게 되었고, Jira도 배울수 있었다. Node를 쓰다보니 IDE를 인텔리제이 에서 웹스톰으로 바꿔봤는데, 같은 젯브레인즈 제품이다보니 사용경험은 거의 똑같았다. 그런데 가격이 엄청 저렴했다. 한달 4달러라니..!

기술 스택은 Vuejs + Nodejs + Mysql을 사용하고 있으며, ORM 프레임워크로는 Sequelize를 사용하고 있다. 입사하고나니 생각보다 개발팀 규모가 커서 회사내에선 업무 범위가 도메인과 API에 한정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확장하더라도 프론트 코드(Vuejs)를 조금 만지게 될 수 있을것 같다.

당장은 도메인 지식도 더 익혀야하고, API도 혼자 온전히 책임지지 못하는만큼 현재 할당된 업무와 책임에 집중하되, 나중엔 개인적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업무 범위 외의 것들을 경험해보고 싶다(언젠간).

강타입 언어인 자바를 사용하다가 자바 스크립트를 사용하려니 처음엔 엄청 어색하고 불편했는데 이젠 또 적응이 된건지 점점 자바 스크립트라는 언어에 흥미가 생기는중이다. 내년엔 자바 스크립트를 좀 더 깊게 공부해볼 생각이다.

리모트 근무를 지원하다보니 회사에서 ‘미팅’이란 Google Meet을 의미하고 있었다. 매주 월요일엔 개발실 미팅이 있는데, 이 때 한주간 어떻게 지냈는지등 이야기도 나누고, 돌아가면서 자유 주제로 발표를 하곤한다. 다들 리모트 근무를 하다보니 월요일에 하는 이 미팅을 통해 다른 분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 미팅엔 제주도에 계신 CTO님도 참여하시는데, 기술관련하여 어떤 주제, 키워드에 꽂혀 CTO님을 비롯한 팀장님들이 옛날 이야기를 나누실 때가 있는데, 처음 듣는 이야기들이 많아 생소함에도 불구하고 항상 흥미롭게 듣고있다 ㅎㅎ

🍎M1 프로 맥북

장비 지원금이 따로 있어서 이 복지를 이용하여 최근에 애플 실리콘(M1 Pro) 모델의 맥북 프로를 구매했는데, ‘애플이 만들면 CPU도 이렇게 좋아지는구나’ 싶어서 애플 주식을 꾸준히 매수중이다ㅋㅋㅋ

그리고 처음으로 Github에서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후원하기 시작했다. 매일 사용하는 오픈소스로 Gitui를 이용중인데, 이젠 Gitui를 사용못하게 되면 불편할 것 같아 소액 정기후원을 하기 시작했다. 작은 금액이긴 하나 그래도 개발자분께서 자신의 소프트웨어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스폰서 한 명이 늘어났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올 해는 3번의 여행을 경험했다. 여자친구와 갈 때마다 항상 맛있게 먹고 재밌게 즐기다 오는 강릉을 여름에 다녀왔다. 한참 면접 진행중이어서 피곤하고 갈 힘이 없었는데, 여자친구가 오래 준비한 시험을 마무리하며 제안한 여행이어서 다녀오게 되었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강릉은 언제 다녀와도 좋은 도시같았다.

경주 여행

겨울엔 여자친구와 경주에서 한옥 스테이를 경험했는데, 진짜 너무 좋았다. 평소에 한옥을 너무 가보고 싶다고 했던 내 말을 여자친구가 흘려듣지 않고 좋은 한옥 숙소를 예약해준덕분에 너무 신기하고 즐거운 경험을 하고왔다. 어딜가도 예쁜 한옥 카페와 레스토랑있는 경주의 골목을 다니며 ‘서울을 떠나 이런 환상적인 곳에서 살기 위해선 재택근무가 디폴트가 되야 한다’는 이야기를 여자친구와 나눴다. 😁

지난해부터 친구들과 매년 겨울에 여행을 가자고 약속을 했는데, 이번 여행은 내가 총무를 하게 되었다. 총무가 되면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완벽하게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서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구글 스프레드 시트에 Google Finance 함수를 이용하여 계산한 예산 사용액과 남은 잔액을 공유했다. 객체지향 코딩하듯 변수와 함수 로직을 짰더니, 수 하나만 변경해도 나머지 모든 수들이 자동으로 변경되어서 꽤 편리했다.

보이는것보다 훨씬 맛있었던 삼겹살

너무 추울때 놀러가서 바베큐를 먹는게 조금 고생스러웠다. 그래서 내년엔 가을쯤에 가서 야외에서 모닥불도 피우고, 야외 시간을 더 늘려보자고 친구들과 약속했다. 여러 종류의 술을 마시며,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이런 주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 좋다. 아직 대부분의 친구들이 나와 생각이 다르지만, 충분한 시간을 갖고 설득하다 보면 언젠간 다들 같은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 페미니즘 관련한 책을 여러권 읽었었는데, 기억나는대로 책도 추천해줘야겠다.


👍 올 해 잘 한 것

지난해 연말 퇴사를 결정하고, 올 상반기 재취업을 위한 시간을 보낸건 결과적으로 좋은 결정이었던것 같다. 이 기간에 꽤 많이 공부 할 수 있었다. 퇴사 안했으면 절대 못했을것 같다. 운이 좋게도 퇴사 직후 보유하고 있던 주식들이 급등을 하면서 준비 기간을 너무 조급하게 잡지 않아도 되었던것도 행운이다. (그렇다고 엄청난 수익을 낸건 아님..)
또 그동안 준비했던 기술스택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현 회사에 지원을 해본 것도 잘한 것 같다. 결과를 떠나서 면접에서 좋은 질문을 받아서 면접이 끝나고도 생각할 거리가 많았다. 아마 떨어졌어도 좋은 인상으로 남았을것 같다. (궁금하면 이 글 읽고 계신 분도 지원해보실래용? 😁)


👎 올 해 못 한 것

최근에 해외 서비스를 론칭하며 모바일 앱에 대응하는 API를 개발해야 했는데, 이 때 내가 큰 실수 잘못을 저질렀다. 일정 내에 개발을 마치지 못한것은 물론 일정이 딜레이되는 것이 확실시 되었을때 미리 리포트하지 않은 점이다.

사전에 일정이 딜레이 될 수 있다는 사실과 그 원인에 대해 공유했어야 했다. 그래야 원인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여 일정을 지켜내거나 다른 팀원들의 태스크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일정을 조금 변경할 수 있었을텐데, ‘개발만 끝내면 되겠지’ 라는 아니한 생각을 갖고 있던것 같다.

개발을 더 잘하는 것보다 직장인으로써의 최소한의 업무 능력이 요구됨을 느끼게해준 잘못이었다. 나는 개발자이기 전에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회사의 직장인이다. 더 좋은 코드보다 중요한건 함께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를 일정 내에 함께 완수해 나가는것이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이 역시 동료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줄도 알아야 한다.

중간 리뷰를 받고 그 다음날 마무리해서 PR을 올릴수 있었다. 언제 끝나나 했는데, 중간 리뷰를 받고 훨씬 수월하게 작업을 완성할 수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내가 또 부족했던건 적극적으로 중간 리뷰를 요청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이게 맞나’ 에 끊임없이 혼자 부딪쳐야 했는데, 스스로 판단하기 보다 동료를 활용함으로써 속도와 성능을 함께 올렸어야 했다.

앞으로 회사에서 개발을 하다가 내가 작성한 코드로 버그를 만들어낼지언정 아무런 리포트없이 일정이 연기되는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같은 잘못이 반복된다면, 좋은 개발자는 커녕, 평범한 직장인조차 되지 못할수도 있다.


☝️ 내년에 하고 싶은 것

자바 스크립트도 깊게 공부하고 싶고, 네트워크나 운영체제같은 CS 지식도 공부해보고 싶어졌다. 그저 비전공자라는 열등감때문에 CS를 공부하기보다는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깊이 끌어올릴 수 있는 관점에서 천천히 해보고 싶다.

회사 도메인을 계속 익혀서 적어도 우리 회사 서비스의 API 레이어에서 발생하는 이슈를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되고 싶다. 내년에 난이도 있는 태스크들이 예정되어 있는데, 또 팀장님만 괴롭힐수는 없으니 업무 분담을 최대한 뺏어오고 싶다.

버킷리스트라고 표현하기 민망할만큼 작은 로망이 있는데, 혼자 호텔로 북캉스를 가보고 싶다. 아이패드랑 전자책 단말기(리디북스 페이퍼라이트), 스피커만 챙겨서 혼자 호텔방가서 책을 읽어보고 싶다. 맥주나 와인을 한 병 가져가면 더 좋을듯 💕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강. 바이러스가 생각보다 오래가고 있다. 최근엔 변이 바이러스까지 전파중인데, 내년에도 앞선 2년동안 그랬듯이 잘 버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