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제대로 알고 투자하시는건가요?

본 글은 2018년 1월, Ripple을 송금한 이후, 브런치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글이다.



얼마 전, 암호화폐 송수신을 경험했다. 친구로부터 토큰을 전송받는 일이었는데, 그 동안 매매는 몇 차례 해봤지만 정작 송금은 해보지 못했기에 궁금한마음에 해본 일이었다. 꽤 신기했고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 경험을 통해 든 암호화폐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 정리해볼까 한다.
(쓰다보니 길어졌다..)

친구의 거래소 지갑에서 내 거래소 지갑을 통해 토큰을 수신받았다. 송금수수료가 상당히 저렴했고, 은행보다 간편했다. 물론 암호화폐 월렛의 private key를 챙기는 일이 OTP나 공인인증서를 챙기는 일보다 어렵다는 사람에게는 해당되지 않을수도 있다.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트코인이 무엇인지도 몰랐던 지인들이 수십가지의 암호화폐를 섭렵하며, 너도나도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대부분은 본인들이 거래하는 토큰이 정확히 무엇인지, 그 암호화폐의 네트워크가 무엇이고, 왜 탄생하였고 무엇이 매력있는지에 대해 알고있지않다.

급상승하는 가격이 모든 것을 잠재우는 느낌이다..

15-18년 사이의 BTC/USD 그래프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으나, 직접 암호화폐 매매도 하고, 송금도 해보는 과정에서 그들의 투기에 대해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암호화폐를 거래소에서 매매하는 일은 암호화폐를 경험하는 일이 아니다.

이 것이 최근 대부분의 사람들의 암호화폐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집중하기보다 가격에 집중하는 이유라고 생각된다. 그들의 경험은 사고파는 매매 행위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본질적 가치보다는 가격상승 여부가 전부일 수 밖에 없다.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만 해서는 그 주식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그 사업의 가치는 무엇인지 절대 알수 없는 것과 같다.

Amazon이 운영하는 무인스토어

아마존 주식($AMZN)의 매력은,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매매만으로는 알 수 없다.
Amazon.com에 접속하거나
아마존 오프라인 스토어에 가봐야한다.

현재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이 네트워크를 경험해본 사람들일까. 네트워크가 매력적이라서 토큰을 구입하는 것일까? 아마 대부분은 아닐거라고 생각한다.

네트워크 거래 처리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이 네트워크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 기존 은행과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기관들과의 제휴 소식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 알지도, 심지어 관심마저 없는듯하다.

그래서 오해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조금 정리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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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암호화폐 전문가가 아니다.
약 8개월 동안 책 몇권읽고, 관련 기사 조금 팔로우업한게 전부다 보니 부족할 수 있다.
또 어떤 부분은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그런 부분은 코멘트로 피드백 주시면 본문에 반영하고, 필자가 스터디하는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가격 변동성(Variability)이 너무 커서 화폐로서 작동할 수 없다?

BTC를 수신하는 상점

변동성(Variability)으로 인해 실제 화폐로 대체될 가능성이 없다는 이야기에 대해선 어느정도 안정적인 가격으로 형성된다면, 그러니까 변동성이 줄어들게 된다면, 그 땐 충분하지 않겠느냐고 되물어볼 수 있다.

그러나 가격이 언제 안정될지, 또 어느 가격대에서 안정이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이런 이유로 비트코인은 화폐(Currency)보다 자산(Asset)으로서 활용될지도 모른다. 실제로 미국은 비트코인 선물상품이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하면서 금융자산으로 분류하는듯 하다.
(그러나 여전히 논란은 있다.)

은행 금리나 주식시장 등 다양한 경제 지표의 영향을 받아 가격이 변동하는 금은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화폐보다는 자산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현 상황에서는 이 질문이 옳은 질문인지 틀린 질문인지, 또 이 질문에 정답이 존재하긴 하는지조차 우린 알 수 없다.

변동성이 이렇게 크게 발생하는 원인(We are still don't know what this is)도 여기에 있으니까.

암호화폐의 실제 내재 가치는 없다?

암호화폐가 실제 내재가치가 있냐없냐의 이슈는 현재 가격이 버블이냐 아니냐만큼 어려운 이슈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질문에도 반문하자면,

“그럼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현금은 어떤 근거로 내재 가치가 있다고 하는가?” 라고 물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가 내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현금이야말로 사실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현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고자 2017년 여름 카카오뱅크의 사례를 언급하고자 한다. 카카오뱅크가 출범한지 1년도 안되어 컨소시엄으로부터 추가 자금조달을 받았다. 왜 그럴까?

예치금(input) 대비 대출액(output)이 예상범위를 초과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위 링크 속 기사에 의하면, 2017년 8월 11일 기준, 초기자본금 3천억으로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예적금을 통해 약 1조 2천억원을 유치하고, 대출액은 약 9천억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대출신청이 많아서 이를 위해 추가로 5천억원을 조달한 것이다.

정리하면,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초기자본금 3천억에 추가 자본금을 더해도 5천억인데, 대출액은 이를 1천억 초과하는 9천억원인 것이다. 어떻게 가능한걸까?

그렇다면 예적금자들의 돈은 어디갔을까? 카카오뱅크 자본금과 수신금을 합쳐 총 1조 5천억중 9천억을 대출해주었으니 이제 카카오뱅크에 남은 돈은 6천억 뿐이다. 그럼 카카오뱅크 예적금자들의 돈도 1조 2천억에서 6천억으로 절반으로 줄어든걸까?

아니다. 여전히 카카오뱅크 사용자들 통장엔 예,적금한 만큼 정상적으로 찍혀있고, 지금 당장 은행에가서 출금을 시도해도 전액 출금이 가능할 것이다.

사실 카카오뱅크는 실제 돈을 굴리는 것이 아닌 우리가 ‘돈’이라고 믿는 믿음을 부풀려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은 은행에 돈을 예치하고도 예치금의 대부분을 은행에 계속 보관해둘뿐 전액을 인출하는 일은 거의 없다. 때문에 은행은 이 예치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고,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자를 받기로 계약하고 대출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그 예치금에 비례해서 그 이자의 일부를 공유받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은행은 수신금의 90%까지를 대출해줄 수 있다고 한다. 바꿔말하면 사용자들이 평균적으로 100만원을 은행에 입금하면, 실제 사용하는 금액은 10만원 내외라는 이야기이다. 은행은 이를 활용하여 사용하지 않는 90만원을 굴려서 돈을 버는 것이다.

이 것이 은행의 수익모델이자 금융이 일반인들에게 복잡하고 어려운 이유이다.

금융시장에서 내재 가치란 이용자들의 신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치있다고 믿으면, 가치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어떤 암호화폐의 토큰이 가치있다고 믿는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토큰이 거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암호화폐가 거래되는 시장 역시 그런 사람들이 모여모여 만들어진 것이다.

예를들어,
구내식당이 있는 A라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하자. A회사의 구내식당을 이용할 수 있는 식권을 지구 반대편의 B라는 회사에 가져다주면 그 식권은 그저 종이조각에 불과하다.
그러나 A사 직원들 사이에선 식권을 가지고 거래가 가능할 것이다. A사 직원들은 이 식권이 점심으로 교환할 수 있다는 신뢰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암호화폐가 모든 사람들에게 내재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인식되려면 결국 가격이 아닌 기술적인 부분이 입증되어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의 탈중앙화(Decentralization) 방식은 안전하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암호화폐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거래장부를 나눠갖기 때문에 이런 시스템을 해킹하려면, 어느 한 사람의 거래장부를 훔치는 일이 아닌 네트워크 전부를 훔치고 암호화(hashed)처리된 거래장부를 전부 해독해야 가능하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이러한 탈중앙화 방식은 거래에 보다 높은 신뢰도를 구축할 수 있고 당연히 해킹 등 외부위협에도 안전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래소에 암호화폐를 보관하고 있기에 암호화폐 네트워크는 탈중앙화(Decentralization)일지언정, 다수의 이용자들의 암호화폐는 거래소에 중앙화(centralization) 관리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암호화폐의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안전할지언정 거래소의 보안은 독립적인 요소이기에 거래소의 보안에 따라 사용자들의 암호화폐의 보안도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보안사고로 파산한 거래소 유빗의 마지막 공지사항

한창 비트코인 열풍이 뜨겁던 2017년 말, 국내 거래소 한 곳이 해킹으로 인해 암호화폐 자산을 잃고, 파산한 이유도 암호화폐의 네트워크가 안전하지 못해서 발생한 일이 아닌, 대리 보관중인 거래소의 보안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 일이다.

비트코인은 물론 이하 알트코인 가치도 폭등하며, 전체 암호화폐의 시가총액은 지난 한 달간 큰 폭으로 상승하였다. 곧 세상에서 가장 비싼 기업인 애플의 시가총액마저 따라잡을 기세다. 그러나 거래량에 비해 실제 이 네트워크를 경험하는 사람의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진다.

3년전 비트코인이 전 세계 개발자 및 일부 트렌드에 밝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았다면, 이번 폭등으로 이제 개발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비트코인에 대해 알 수 있을만큼 대중성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가격상승에 시선을 뺏겨 이에 대한 기술적 검증은 또 다시 몇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현재 비트코인을 포함한 모든 암호화폐는 아직 시장에 출시하지 않은 베타 제품과 같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현재 상황에서 평가하기보다는 이 기술이 어디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미래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벌써 수백가지의 암호화폐가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는데, 이들중 상당수는 결국 선택받지 못하고 사라질 수 있고, 또 일부는 기술적 검증에 실패하여 많은 투자자를 실망시킬 수 있다.

가격 상승을 예측하는 무모한 일 대신 현재 시점에서 암호화폐를 활용해볼 수 있는 상황을 찾아보고 직접 경험해보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 가격상승이라는 환상에 젖어 기술적 검증이 뒤로 밀리는 일은 안타깝기만하다.


2020년 03월 14일.

미국에 있는 친구와 처음으로 Ripple(리플)이라는 블록체인 토큰을 송금한 이후, 느낀걸 작성한 글이다. 다만 토큰을 송금하는 경험에 대한 상세한 리뷰를 작성하지 않은건 조금 아쉽다.

미국으로 한국에서 외화송금을 하면 최대 일주일 이상이 소요되기도 했는데, 리플 송금은 무려 30-40분만에 송금이 완료되었다. 또한 송금을 보낼때 발생하는 해시주소를 통해 마치 택배 송장주소를 통해 내 택배가 어디쯤 도착했는지 보는것만큼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송금속도도 빨랐고, 내가 보낸 토큰이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점이 흥미로웠다.

리플의 전송과정은 다음과 같다.

내가 보유하고 있는 거래소 A의 지갑에서 친구가 보유하는 해외 거래소 B의 지갑에 보내는 일이었다. 그럼 거래소 A가 보유하고 있는 리플 월렛에서 내가 출금 신청한 만큼의 리플이 친구로부터 받은 지갑 주소로 전송을 시작한다.

리플 네트워크 안에서의 트랜잭션 속도는 30분이 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리플 네트워크에서 트랜잭션이 끝나도 실질적으로 친구가 리플을 받은건 아니다. 친구가 사용하려면 거래소 지갑으로 송금이 완료되서 입금이 되어야 하는데, 거래소 네트워크 안에서 처리하는 속도가 느리다보니 리플 네트워크에서 트랜잭션이 마쳤다는 이메일을 받고도 1시간이 지나서 친구의 계좌로 송금되기도 했다.

이런 경험을 하고나니 주변 사람들을 포함하여 우리가 거래하는 방식은 블록체인이 지향하는 탈중앙화 방식이 아니라는걸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위험성이나 블록체인에 대해 조금 더 알릴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되어 당시 이 글을 작성하게 됬었다.

이 글을 쓴지 2년이 지났고, 엄청난 태풍이었던 저 당시랑은 180도로 분위기가 달라져서 지금은 대부분의 블록체인 서비스들이 자취를 감추거나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블록체인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언젠간 사용자에게 필요한 기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DApp(Decentralized Application)이 등장할거라고 믿고 있다. 국내에서 테라가 그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되는데, 금융/결제 영역을 벗어난 다른 영역에서도 혁신적인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