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빗 버사를 구입하다.


Fitbit Versa 착용샷

3년간 착용중이던 Fitbit Charge HR을 대신해 지난해 출시한 Fitbit의 스마트 워치 Fitbit Versa를 구입했다. 새 제품을 구매한 이유는 Charge HR이 고장났기 때문이다. 사실 고장이 나고나서는 며칠동안 그냥 외출을 했는데, 3년동안 들었던 습관때문에 공허함을 좀처럼 해결할 수 없었다. Charge HR을 착용하던 왼쪽 손목을 수시로 들어올려서 시간을 확인하곤 했는데 이제 더 이상 왼쪽 손목을 들어올려도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아이폰이라는 백만원짜리 고급시계(?)가 있긴 했으나 나는 좀 더 저렴하고 양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사용할 수 있는 직관적인 시계가 필요했다. 애플워치를 생각안한건 아니었으나 결국 내 선택은 또 핏빗이었다. 이로써 나는 1세대 Fitbit 모델이었던 Fitbit Flex, 심박수 체크 기능이 처음으로 도입된 모델 Fitbit ChargeHR에 이어 5년만에 세 번째 Fitbit모델을 손에 얻게 되었다.


Pebble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 안드로이드/iOS 에서 모두 사용가능했던 스마트워치 제조사 Pebble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Fitbit Versa는 Fitbit이 Pebble의 스마트워치 개발 자산 일부를 인수[기사]하여 개발한 Fitbit OS 3.0이 탑재된 스마트워치이다.

이 Fitbit OS 3.0을 말할 것 같으면, 지금은 세련된 애플워치와 갤럭시 기어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이런 제품이 없던 시절 안드로이드와 아이폰에서 모두 사용가능하면서 큰 사랑을 받았던 Pebble의 레거시라고 할 수 있겠다.


아이폰 사용자로써 애플워치를 구입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난 왜 이번에도 Fitbit을 선택한걸까?

이제 그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자.


Why Fitbit

Fitbit과의 인연은 5년이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14년 봄,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웨어러블 컴퓨팅 기술에 대한 전망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었다. 군대를 막 전역한 나는 당시 웨어러블 컴퓨팅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모호하게 느껴져서 그 토론에 참여하지 못하고 구경만 했던 기억이 있다.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면서 십만원이 넘는 기기를 구입하는게 당시 큰 부담이었음에도 호기심을 이기지못해 돈을 탈탈 털어 Fitbit Plex를 이마트몰에서 구입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판매하는 온라인몰이 극히 적었다. 그도 그럴게 제품 자체가 적었으니..


내 첫 Fitbit제품이었던 Flex. (출처: iMore)

당시 이마트를 운영하는 신세계 그룹의 정용진 부회장이 Jawbone을 착용하고 올린 트윗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부회장님의 관심덕분인지(?) 당시 이마트몰은 국내에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판매했다. 나도 여기서 Flex를 구입했다.

그리고 2015년 Heart Rate의 약자를 딴 HR 모델이 처음으로 등장했다. 단순히 걸음수만 체크하던 트래커에서 이제 심박수까지 체크하게 되면서 헬스케어 디바이스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된 것이다. 이제 “값 비싼 만보기” 라는 수식어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만보기는 심박수 체크 못하니까…


두번째 Fitbit 제품, Charge HR. (출처:Gizmodo)

난 지금도 이 제품이 현존하는 최고의 피트니스 트래커라고 생각한다. 우레탄 재질의 밴드는 가볍고 방수에 강했다. 가죽의 경우 물이 묻거나 하면 부담스러울수 있으나 우레탄 재질은 저렴하고 방수가 되는 덕분에 선호하는 재질의 밴드이다.

이 때문에 샤워할 때를 제외하곤 정말 하루종일 착용하고 다녔던 제품이다. 축구할 때도 착용하면 내가 오늘 얼마나 뛰었는지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Charge HR은 공식적으로 밴드 교체를 지원하지 않는다. Charge HR 2부터 악세서리를 판매한걸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그래도 방법이 아주 없지는 않았다. 나는 3년동안 Charge HR을 착용하면서 3번 밴드를 교체했다.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Charge HR 교체용 밴드를 판매하는데 여기에서 $6-7 정도의 가격으로 주문해서 바꿔차곤 했다. 한 번 뺀 밴드는 다시 사용할 수는 없었다. 밴드에서 기기를 분리할 때 재사용이 불가능해질만큼 밴드에 손상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아니 그래서 왜 애플워치가 아니라 또 Fitbit이냐고?

이제 진짜 써보겠다 ㅋㅋㅋㅋ


1. Price

우선 애플워치보다 훨씬 저렴하다.

애플에서 판매하는 가장 저렴한 모델의 애플워치와 Fitbit에서 판매하는 Versa 모델중 가격이 가장 높은 Special Edition과 비교해도 20만원이 차이난다. 내가 구입한 모델은 기본 모델이어서 이것보다도 더 저렴했다.

Special Edition은 우레탄 밴드 대신 다른 소재의 밴드가 기본 적용되며 우레탄 밴드도 추가로 주는걸로 알고 있다. 이외에 기능적으로는 NFC기반의 Fitbit Pay(한국지원X)가 지원된다고 한다. 둘 다 필요없는 나는 기본 모델을 구입했다.


2. Battery Life


Fitbit의 Sleep monitoring 기능

애플 워치의 배터리 수명은 약 하루라고 한다.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스펙이 아니다. 배터리 수명이 24시간이라면 사실상 수면측정 불가능하다. 수면중에 꺼진다면 누가 수면체크에 애플워치를 사용할까. 아마 대부분의 애플 워치 사용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모든 공간(방/사무실) 등에 애플워치 충전기를 놓아두거나 수면중에 충전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수면측정은 내가 피트니스 트래커를 사용하는 주된 이유중 하나이기 때문에 애플워치가 배터리 수명을 최소 30시간 이상 확보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구매하지 않을 것 같다. 아니 못할 것 같다.


3. What does we reall need?

이게 가장 큰 포인트이다.

난 처음 애플워치가 공개됬던 날부터 지금까지 스마트 워치에 관심이 있으면서도 늘 부정적으로 보는 이중적인 사람이다. 시계가 인터넷과 통신할 수 있게되면서 “혁신”이라는 단어를 난잡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시장에서 손꼽을만한 혁신적인 스마트워치는 없다고 단언한다.

스마트폰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그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장점으로 어필하는건 과장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주머니에서 꺼내는 것을 귀찮아한다는게 정말 행동에 대한 귀찮음일까?

과거에 애플 워치가 처음 출시했을 때 얼마 안되서 구입한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본인은 매우 만족하면서 썼지만 난 몇 개월간 그 사람의 사용 패턴을 보면서 애플 워치를 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시 그 사람은 아이폰을 자주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며 만족했지만, 오히려 애플워치에 인해 더 많이 간섭을 받고 있었다. 수시로 워치를 확인하는 바람에 회의에 참여하는 모습이 방해되었고, 그것으로 인해 생산성이 오르기는 커녕 오히려 필요하지 않은 정보까지 손목으로 받음으로써 오히려 손목 위의 그 작은 디바이스에 구속되는듯 보였다.

애플워치로 카카오톡 메세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다고 했지만 카카오톡을 통한 대화의 대부분이 Trash Talk임을 생각해보면 그게 정말 장점이 될수있을까? 더 많은 정보를 전달받기 보다는 이제는 내게 정말 필요한 정보만을 추출해야할 시대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난 카카오톡 시스템 알람을 끄고 생활한지 3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전혀 불편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서의 중요성은 인스턴트 메신저(카카오톡/라인) << 메일 <<<<<<<< 전화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난 여전히 스마트 워치의 존재 자체가 불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스마트폰의 일부 기능을 대체하는 정도로는 말이다. 최근 몇 년동안 스마트 워치를 포함한 전체 웨어러블 시장이 침체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최근 애플의 실적 발표에서 하드웨어 부문에서 아이패드와 함께 괄목한 성적을 기록한 디바이스가 애플 워치이다. 왜 애플워치는 시장과 반대로 반응했을까?

심전도(ECG, Electrocardiogram) 측정 기능이 애플워치4에 도입하기 시작했는데 이후부터 애플워치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전까지는 스마트 워치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만 있었다면 이젠 이 기기가 필요한 분명한 이유가 하나 늘었기 때문이다. 심전도 측정 기능은 단지 분당 심장이 몇 번뛰는지를 체크하는 심박수 체크 기능과 달리 심장의 비정상적인 리듬을 측정하고 진단하는 기능이라고 한다. 이 기능을 통해 심근경색 등 심장의 건강을 체크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스마트워치가 앞으로 갈 길이 애플워치 4세대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스마트워치 OS를 개발하거나 이식하는 것만으로는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 가격을 낮춘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스마트워치가 아니라 피트니스 트래커로서 이걸 착용한 사람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제공해야만 한다. 내 건강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은 스마트폰이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이다.

또 위와 같은 이유로 Fitbit이 아쉽기도 하다. Fitbit은 애플보다 먼저 시장을 선점했고, 애플워치가 론칭되고 나서도 한동안 북미 시장에서 1등 사업자는 Fitbit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비교하기가 민망할만큼 점유율 격차가 커졌다.

위에서 부터 아래로 시간이 최신순이며, 파란색이 애플워치, 빨간색이 Fitbit의 Market share이다. 애플워치가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15년 분기(1Q ‘15)부터 애플워치의 share가 보이기 시작한다. Fitbit의 share는 17년부터 하향세를 보임이 분명하게 보인다.

통계 데이터 사이트 Statista에서 가져왔다.

그러나 애플워치 4세대 모델과 Fitbit Versa 간의 차이가 내가 생각하기에 위의 ECG 측정 외엔 없어보였다. 그렇다면 내게 ECG 측정 기능에 대한 기회비용은 20만원이었다. 20만원을 더 지불하고 ECG 기능이 측정되는 애플워치를 구입할 것이냐, ECG 측정을 포기하고 20만원을 절약할 것이느냐. 난 절약을 선택했다.

음.. 지금 별다른 소득이 없어서 그럴수도 있겠으나 아마도 소득이 있었어도 내 선택은 달라지지 않았을것 같다. 물론 소득이 엄청나게 높았다면, 애플워치 에르메스 에디션을 구매했을 것이다. 엄청나게 높았다면 말이다..

Fitbit Versa를 착용한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생각보다 디자인도 이쁘고 가벼워서 착용감이 뛰어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폰과의 궁합은 사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아이폰 화면에 켜지는 Notification을 인식해서 Fitbit versa로 전송을 해주기도 한다.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다 ㅋㅋ

실시간 정보가 필요한 날씨나 미세먼지 이외에 헬스케어 관련한 앱의 notification을 Fitbit Versa를 통해 전달받고 있다. 음악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도 있는데, 이것도 쏠쏠한 것 같다.

개인적인 선호와 별개로 주변 사람들에겐 Fitbit을 추천하지 않는 편이다. 심박수와 걸음수를 체크하는데 십만원 넘는 비용을 지불하고자 하는 사람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심박수와 걸음수 체크는 샤오미의 미밴드를 통해서도 가능한데 미밴드는 5만원도 되지 않는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샤오미 스마트 미밴드 4, XMSH07HM, 블랙 Apple 애플워치4 GPS+셀룰러 44mm, MTX42KH/A, 골드 스테인레스 스틸 + 스톤 스포츠 밴드

이 글을 읽고 Fitbit Versa에 대해 관심이 생긴 사람이 있다면, 그냥 애플워치를 사라고 얘기하고 싶다. Fitbit은 위에서 언급했듯 서비스가 좋지 않다. 가격에 비해 보증기간이 1년으로 짧은데 기가막히게 1년이 지나자마자 크고 작은 에러가 발생한다. 그리고 국내 지사로부터는 그 어떤 서비스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미 본사 CS팀에 직접 문의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없으나 난 본사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해서 보증기간이 지나고나서도 리퍼 제품을 받은 적이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왜 이런 피트니스 트래커를 원하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정의하고 제품을 찾아봤으면 좋겠다. 그저 신기해보여서 구입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충전기에 꽂힌채로 책상 서랍에 들어가거나 A+급 상태로 중고나라에 올라갈지도 모른다.


당신의 제품이 여기 추가될지도 모른다..